제품 관점2026-07-17

시진핑이 2018년 이후 처음 등판했다

상하이 AI 대회, 오픈소스를 외교 카드로 쓴다

세계인공지능대회(WAIC)가 오늘 상하이에서 개막했다. 시진핑 주석이 2018년 대회 시작 이후 처음 직접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동시에 중국은 상하이 본부를 내건 세계AI협력기구(WAICO) 출범을 추진한다.

2018년부터 매년 열린 행사에 국가 주석이 8년 만에 처음 직접 나타났다. 오늘 상하이에서 개막한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2026 얘기다. 시진핑 주석이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맡았고 대회는 세계AI거버넌스 고위급회의와 함께 7월 20일까지 나흘간 이어진다. 그동안 이 자리는 총리급이나 각료급 인사가 대신 채워왔던 자리라 이번 등판은 더 도드라진다.

이번 대회에는 정부 인사와 기업인뿐 아니라 각국 규제 당국자와 연구자도 대거 몰릴 것으로 예고됐다. 나흘 동안 열리는 세계AI거버넌스 고위급회의는 대회 부속 행사가 아니라 별도 트랙으로 편성돼 있어 기술 전시 못지않게 규범 논의에 무게가 실린 모양새다.

한눈에 보기

행사 기간 2026년 7월 17일~20일, 상하이
시진핑 참석 대회 시작 이후 첫 직접 개막식 참석 및 기조연설
핵심 아젠다 오픈소스 모델 확산, 세계AI협력기구(WAICO) 설립 추진
오픈소스 모델 예시 DeepSeek, Qwen
WAICO 본부 희망지 상하이
참가 규모 주최측 발표 기준 "역대 최대"

왜 지금 직접 나서는가

국가 최고지도자가 직접 무대에 오른 건 베이징이 AI를 경제성장·기술경쟁력·글로벌 룰세팅 세 축 모두의 최우선순위로 격상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연설 내용도 단순 기술 홍보가 아니라 "AI 외교" 비전을 담을 것으로 예고됐다. 주최측은 이번 대회 참가 규모를 "역대 최대"라고 밝혔는데 참가국 수와 전시 부스 규모 모두 지난해보다 늘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이 반도체 수출통제를 이어가고 서방 프론티어 랩들이 각각 자국 정부와 밀착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시기에 중국이 정상급 외교 무대로 AI 대회를 끌어올렸다. AI 경쟁의 축이 기술 그 자체에서 어느 진영에 서는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리콘밸리가 모델 성능 경쟁에 몰두하는 동안 베이징은 그 모델을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나눠줄지를 국가 전략으로 다루는 셈이다.

베이징이 미는 카드는 오픈소스다. DeepSeek와 Qwen 계열 모델을 앞세워 AI 사용의 진입장벽과 비용을 크게 낮췄으며 특히 개발도상국이 지능화 물결의 혜택을 동등하게 누리도록 돕는다는 논리를 편다. 서방 프론티어 랩들이 구독료와 API 종량제로 수익을 뽑는 사이 중국은 모델 자체를 외교 자산으로 무상 배포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이 전략은 이미 실적으로 뒷받침된다. DeepSeek와 Qwen 계열 모델은 지난 1년 사이 오픈 가중치 리더보드 상위권을 꾸준히 차지했고 동남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의 스타트업들이 비용 부담 없이 이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사례가 늘었다.

WAICO, 또 하나의 거버넌스 기구

작년 대회에서 처음 제안됐던 세계AI협력기구(WAICO)를 올해는 상하이 본부 유치까지 밀어붙인다. 이미 OECD와 UN 산하에 AI 관련 협의체가 여럿 있는 상황에서 중국 주도 기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서방 중심 거버넌스 틀에 참여하기 부담스러운 국가들, 특히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향한 대안 채널로 설계된 모습이다. AI 규범이 하나로 수렴하는 대신 진영별로 갈라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은 반도체 수출통제로 이미 갈라진 하드웨어 진영과 겹쳐진다. 칩은 미국 중심 통제 아래 있는데 모델과 거버넌스 표준은 중국이 무상으로 확산시키는 구도라면 한 국가나 한 기업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서로 다른 진영에서 조달하는 상황이 일상화될 수 있다. 표준이 쪼개질수록 그 사이에서 호환성을 맞추는 작업 자체가 새로운 사업 영역이 된다.

한국도 이 구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대규모 반도체·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은 하드웨어 쪽에서 미국 진영과 보조를 맞추는 성격이 짙다. 반면 국내 스타트업 상당수는 비용 문제로 오픈 가중치 모델을 실험할 때 중국계 모델을 후보군에 올려둔다. 정부 차원의 하드웨어 동맹과 현장의 소프트웨어 선택이 서로 다른 축을 그리는 상황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WAICO가 실제로 얼마나 힘을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존 다자기구들이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새 기구가 실질적인 규범 제정력을 가지려면 회원국들의 실질적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 선언과 실행 사이의 간극은 국제기구 출범 때마다 반복돼온 익숙한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중국이 주도하는 대안 채널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협상 테이블에서 지렛대로 작동한다. 서방 중심 규범에 불만이 있는 국가라면 이 대안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협상력을 얻는다.

이 흐름을 지켜보는 또 다른 축은 오픈소스 커뮤니티다. DeepSeek와 Qwen이 국가 외교 자산으로 격상되면 모델 업데이트 주기와 로드맵이 순수 기술적 판단만으로 정해지지 않을 가능성도 생긴다. 지금까지 오픈 가중치 모델을 고르는 기준이 성능과 라이선스였다면 앞으로는 그 모델이 어떤 정책적 맥락 아래 유지보수되는지도 함께 따져야 하는 변수로 들어온다. 모델 하나를 채택하는 결정이 순수 기술 선택을 넘어 어느 쪽 생태계에 발을 들이는지를 정하는 일이 되어가는 셈이다.

anyAX 관점

AI 에이전시나 해외 고객을 상대하는 1인 개발자에게 이 뉴스가 당장 와닿는 지점은 정치가 아니라 선택지다. 지금까지 모델을 고른다는 건 성능과 가격을 비교하는 일이었지만 DeepSeek·Qwen 같은 오픈소스 모델이 외교 자산으로 전 세계에 무상 배포되기 시작하면 모델 그 자체의 가격은 더 빠르게 0에 수렴한다. 그러면 어떤 모델을 쓰느냐보다 어느 나라 표준과 데이터 거버넌스 틀 아래서 서비스를 운영하느냐가 계약서에 들어갈 조항이 된다. 유럽 고객에게는 GDPR 호환을 설명해야 하고 미국 고객에게는 수출통제 이슈를 짚어야 하며 글로벌 사우스 고객에게는 중국계 오픈소스 스택의 장점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 모델은 공짜에 가까워지는데 그 모델이 어느 거버넌스 우산 아래 있는지 설명하는 일이 새로운 영업 비용으로 붙는다. 국경 없이 일하는 1인 팀일수록 이 설명 비용을 먼저 계산에 넣어야 하는 시점이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