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관점2026-09-11

신규 콘텐츠 99%를 기계가 만드는데 리텐션은 44%에서 76%로 올랐다

인도 오디오 시리즈 회사 Pocket FM의 연환산 매출이 1년 만에 두 배가 되어 5억 달러를 넘었다. 같은 기간 신규 콘텐츠의 99%가 AI 제작으로 바뀌었다. 이탈이 늘 거라는 예상과 반대로 갔다.

인도 오디오 시리즈 회사 Pocket FM의 연환산 매출이 1년 만에 두 배가 되어 5억 달러를 넘겼다. 같은 기간에 신규 콘텐츠의 99%가 AI 제작으로 넘어갔고 전체 카탈로그의 93%도 그렇게 됐다. 보통 이 두 문장은 같은 보도자료에 안 실린다. 제작을 기계에 넘기면 품질이 떨어져 사람이 떠난다는 게 기본 예상이라서다.

한 줄 정리

제작 공정을 기계에 넘긴 회사에서 12개월 매출 리텐션이 2년 전 44%에서 76%로 올랐다.

한눈에 보기

연환산 매출 5억 달러, 1년 새 2배
전체 카탈로그 AI 비중 93%
신규 콘텐츠 AI 비중 99%
제작 단가 약 80분의 1
제작 속도 1년 걸리던 100시간 분량을 하루에
12개월 매출 리텐션 44% → 76%

어디를 넘기고 어디를 안 넘겼나

회사가 그은 선이 분명하다. 아이디어와 이야기는 사람 창작자가 낸다. 기계는 그 개념을 완성된 오디오로 바꾼다. 넘어간 것은 기획이 아니라 제작 공정이다.

국내 콘텐츠 팀에서 지금 흔히 보는 그림은 반대다. 무엇을 만들지를 모델에 물어 목록을 뽑고 편집과 마무리는 사람이 붙든다. 그렇게 자르면 단가가 안 내려간다. 사람 손이 가장 오래 붙는 구간이 그대로 남아서다.

오디오 시리즈에서 제작 공정은 성우 섭외와 녹음, 음향 후반 작업, 회차 분할과 업로드로 이어진다. 대본이 나온 뒤에도 여기서 몇 달이 걸리고 비용의 대부분이 여기 붙는다. 반대로 어떤 이야기가 다음 회차를 듣게 만드는지는 대본 이전에 결정된다. Pocket FM이 남긴 자리가 정확히 그 앞쪽이다.

이 분업선은 오디오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유튜브 채널이면 기획과 구성은 사람, 자막과 썸네일 변형과 쇼츠 재편집은 기계. 뉴스레터면 무엇을 다룰지는 사람, 초안 구조와 발췌는 기계. 어느 쪽이든 판단이 들어가는 앞단과 손이 반복되는 뒷단이 나뉜다.

오디오라서 가능했던 부분

이 회사가 다루는 매체가 오디오라는 점도 셈에 넣어야 한다. 합성 음성은 지난 2년 사이 사람이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갔고 오디오 드라마는 화면이 없어 어색함이 드러날 표면 자체가 적다. 같은 전환을 실사 영상에서 시도하면 아직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이 사례를 우리 업종에 옮길 때는 한 단계를 더 물어야 한다. 우리 결과물에서 품질 판단이 걸리는 감각이 무엇인가. 카피와 스크립트는 문장, 디자인은 시각, 상담은 말투다. 기계가 그 감각에서 어디까지 왔는지가 넘길 수 있는 공정의 경계를 정한다. 오디오는 그 경계가 이미 꽤 뒤로 밀려 있는 분야였다.

80분의 1이 바꾸는 건 편수가 아니다

단가가 80분의 1이 되면 대개 "더 많이 만든다"로 읽는다. 실제로 달라지는 쪽은 버릴 수 있는 양이다. 1년 걸리던 100시간 분량이 하루에 나오면 반응 없는 시리즈를 3화에서 접는 데 드는 손실이 거의 0에 가깝다. 열 편을 만들어 두 편만 살리는 운영이 그때 가능해진다.

리텐션이 44%에서 76%로 간 것도 이 각도에서 읽힌다. 카탈로그 한 편 한 편이 좋아졌다기보다 안 맞는 것을 빨리 걷어낼 수 있게 됐다. 같은 기간에 영국, 독일, 프랑스로 나가고 미국에서 이용자 제작 콘텐츠를 열었다는 사실도 나란히 놓아야 한다. 원인을 AI 하나로 몰면 틀린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쓸 만한 건 리텐션이라는 지표 자체다. 콘텐츠에 AI를 넣을지 말지를 두고 팀 안에서 논쟁이 붙으면 대개 조회수나 제작 편수로 결판을 낸다. 둘 다 늘어나는 게 당연해서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다. 넣은 뒤에도 사람이 계속 돌아오느냐가 유일하게 갈리는 숫자다.

92%에서 99%로 가는 마지막 구간

전체 카탈로그 93%와 신규 99% 사이의 간격도 읽을거리다. 지난 1년의 신작을 거의 전부 기계로 만들었는데 카탈로그 전체 비중이 93%에 머문 것은 예전에 사람이 만든 자산이 아직 상당량 살아 있다는 뜻이다. 새로 만드는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이미 팔리고 있는 옛 재고는 그대로 남는다.

콘텐츠 사업에서 이 구간이 흔히 과소평가된다. 신규 제작 단가를 80분의 1로 떨어뜨려도 매출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옛날 방식으로 만든 것에서 나온다. 전환을 시작한 팀이 첫해에 실망하는 지점이 대개 여기다. 값이 무너지는 속도와 매출 구성이 바뀌는 속도는 다르다.

anyAX 관점

"AI로 만들면 티가 나서 우리 고객은 금방 알아챈다." 콘텐츠를 파는 팀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반론이고 대체로 맞는 말이었다. 이 회사의 76%는 그 반론이 언제 안 맞는지를 보여 준다. 기계가 만든 카탈로그를 듣는 사람들이 2년 전보다 오래 돈을 내고 있다.

갈린 지점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선을 어디에 그었느냐다. 무엇을 만들지는 안 넘겼다. 그래서 티가 나는 자리, 즉 이야기와 판단은 사람 쪽에 남았고 티가 안 나는 자리인 성우 녹음과 후반 작업만 단가가 무너졌다.

우리 팀 공정을 한 줄로 늘어놓고 같은 질문을 해 보면 된다. 이 칸이 기계로 넘어갔을 때 고객이 알아챌까. 알아채는 칸은 지키고 못 알아채는 칸은 값을 무너뜨려라. 그 순서가 뒤집힌 팀이 지금 대부분이다.

기획을 모델에 맡기는 쪽이 편한 이유는 분명하다. 결과가 그럴듯하고 회의가 빨리 끝난다. 대신 그렇게 뽑은 목록은 경쟁사가 같은 도구로 뽑은 목록과 비슷해진다. 값이 안 내려간 채로 차별점만 사라진다.

값을 무너뜨릴 칸을 고를 때 기준도 하나 두면 좋다. 그 일을 지금 사람이 몇 시간째 하고 있는데 결과물의 모양이 매번 같은 칸. 자막, 규격별 이미지 변형, 회차 분할, 요약 발췌가 대개 여기 들어간다. 그 칸 하나부터 손을 떼고 한 달을 재 보면 80분의 1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가 우리 몫인지 나온다.

마지막으로 이 회사가 공개한 숫자의 성격도 적어 둔다. 제작 단가 80분의 1과 리텐션 76%는 회사가 내놓은 값이고 외부 검증을 거친 지표가 아니다. 방향을 읽는 데는 쓰되 우리 사업 계획서에 그대로 옮겨 적을 값은 아니다. 우리 공정에서 직접 재 본 숫자만 우리 것이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