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돌려서 나온 결론의 절반은 그 판의 사연이었다
같은 실험을 세 판 돌리자 여덟 개 결론 중 네 개가 사라졌다. 판단 자동화의 검증 단위는 실행 한 번이 아니라 회차다.
AI에게 판단을 시키고 결과를 보는 실험은 한 번만 돌려도 그럴듯한 결론이 나온다. 그게 문제다.
1회차만 놓고 보면 이런 문장이 전부 데이터로 뒷받침됐다.
- 세 명 중 한 명이 파산한다
- 추격 매수는 위험한 전략이다
- 어느 AI 계열이 다른 계열보다 낫다
- 정보가 제한된 쪽이 오히려 덜 죽는다
마지막 문장은 특히 좋았다. 반직관적이고 제목으로 쓰기 좋다. "싸구려 AI가 비싼 AI를 이겼습니다"로 다듬으면 그대로 썸네일이 된다.
두 판을 더 돌렸다
| 결론 | 1회차 | 2회차 | 3회차 |
|---|---|---|---|
| 파산율 | 34% | 15% | 27% |
| 추격 매수 중앙값 | 0.00배 | 1.22배 | — |
| GPT vs Claude 중앙값 | 1.43 / 0.64 | 0.84 / 0.81 | — |
| 정보 제한 쪽 파산율 | 더 높음 | 더 높음 | 14% vs 35% |
네 개가 전부 무너졌다. 파산율을 크게 바꾼 건 전략이 아니라 장세였다. 계열 간 격차 자체가 장세를 탔다. "싸구려가 이긴다"는 세 판 중 한 판에서만 나온 우연이었다.
살아남은 것
세 판 전부에서 같은 방향이 나온 건 네 개뿐이었다. 방어적 대응의 파산자 0명, 거시 분석이 유지비 선 아래, 레버리지 4분위의 파산율 1위가 가운데 두 구간, 역발상의 중앙값 0배.
여기서 규칙 하나가 나왔다. 세 판 전부 같은 방향이면 [검증], 아니면 회차를 명시한다. 이 표기를 대본에 붙이고 나니 쓸 수 있는 문장이 눈에 띄게 줄었다.
판단 자동화에 옮기면
에이전트가 내린 판단을 평가할 때도 같은 문제가 생긴다. 한 번의 실행에서 잘 나온 프롬프트는 그 실행의 입력에 맞춰졌을 수 있다. 실행을 회차로 묶고 회차 사이에서 재현되는 것만 성질로 인정하는 편이 안전하다.
비용도 그래서 미리 계산해야 한다. 한 판에 $9~11이었으므로 세 판을 돌리는 비용은 처음부터 예산에 들어 있었다. 검증을 나중 일로 남겨 두면 그 시점에는 이미 결론을 발표한 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