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0억 미만에 토큰값만 5억
90분짜리 AI 장편이 10월 극장에 걸린다
국내 첫 90분 규모 100% AI 장편 '스틸레이'가 10월 개봉한다. 제작비 10억 원 미만 중 절반이 AI 토큰 비용이다. 영상 제작의 원가표에서 가장 큰 칸이 인건비에서 사용량 요금으로 넘어갔다.
영화 한 편의 제작비에서 가장 큰 칸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보통 인건비나 장비비가 나온다. 9월 7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연 로봇 SF 액션 '스틸레이'는 답이 다르다. 제작비 10억 원 미만 가운데 AI 토큰 비용이 5억 원 이상이다. 제작 기간은 6개월, 러닝타임은 90분, CG 작업은 없다. 개봉은 10월이다.
라온컴퍼니플러스와 아이노스튜디오가 만들었고 기획부터 후반 작업까지 전 과정을 생성 도구로 처리했다. 쓴 도구는 씨댄스, 클링, 구글 비오다.
한 줄 정리
제작비의 절반이 토큰값인 90분짜리 장편이 극장 개봉 일정을 잡으면서 영상 제작의 가장 큰 원가 항목이 사람 쓰는 값에서 쓴 만큼 내는 값으로 넘어갔다.
한눈에 보기
| 항목 | 스틸레이 |
|---|---|
| 러닝타임 | 90분 |
| 제작비 | 10억 원 미만 |
| 그중 AI 토큰 비용 | 5억 원 이상 |
| 제작 기간 | 6개월 |
| 한 컷 최대 길이 | 15초 |
| 편집에 쓴 결과물 | 수만 개 중 1만 3000개 |
| 사용 도구 | 씨댄스, 클링, 구글 비오 |
길이가 계속 늘고 있다
"국내 최초 AI 장편"이라는 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생성 도구로 만든 장편이 극장에 걸렸고 그때 러닝타임은 60분대였다. 스틸레이는 90분이다. 30분이 늘어난 자리에 들어간 게 5억 원어치 토큰이다.
한 컷은 최대 15초까지만 나온다. 90분을 채우려면 최소 360컷이고 실제로는 수만 개를 뽑아 그중 1만 3000개를 골라 붙였다. 함슬기 아이노스튜디오 대표가 가장 신경 쓴 것으로 꼽은 것도 기술이 아니라 90분을 끌고 갈 내러티브다.
극장이라는 관문
이 작품이 다른 AI 영상과 갈리는 지점은 완성도보다 유통 경로다. 지금까지 생성 도구로 만든 영상은 대부분 유튜브와 숏폼에서 소비됐고 거기서는 15초 컷 단위가 오히려 포맷에 맞는다. 극장은 다르다. 관객이 90분을 앉아 있고 화면은 크고 표는 유료다. 화질과 립싱크 결함이 바로 드러나는 조건이다.
시사회에 참석한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3~4년 전만 해도 몇 초 단위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 사이에 15초 컷 1만 3000개를 이어 붙여 극장에 걸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칸 영화제 같은 기성 영화제가 AI 제작 단편 섹션을 따로 두기 시작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아직 티가 나는 자리
기자 시사에서 지적된 약점은 세 가지다. 대형 스크린에서 벅차 보이는 화질, 입 모양과 0.5초 어긋나는 더빙, 둔탁한 동작. 다만 로봇 전투 장면은 일반 영화와 견줄 만하다는 평이 나왔다.
목소리는 AI로 만들지 않았다. 실제 성우가 연기한 음성을 받아 립싱크를 맞췄다. 100% AI 제작이라는 말에도 사람이 남은 자리가 있고 그 자리가 지금은 목소리와 편집이다.
도구를 하나로 안 썼다
씨댄스, 클링, 구글 비오를 같이 썼다는 점도 그냥 넘길 대목이 아니다. 장면 하나를 만들 때 어떤 도구는 카메라 움직임이 낫고 어떤 도구는 인물 일관성이 낫다. 90분을 채우려면 컷마다 어느 쪽이 나은지 판단이 붙는다. 도구를 하나 정해 놓고 밀어붙이면 그 도구가 약한 장면에서 결과물이 무너진다.
이건 영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카피를 쓰든 상세페이지를 만들든 지금 남는 실력은 도구 하나를 깊게 파는 쪽보다 어떤 일에 어떤 도구를 붙일지 아는 쪽에 가깝다. 6개월 동안 세 도구를 오가며 1만 3000컷을 붙인 팀이 쌓은 자산도 프롬프트 요령이 아니라 그 감각이다.
동시에 비용이 늘어난다. 도구를 세 개 쓰면 구독도 세 개고 가격 인상 통보도 세 군데서 온다. 다음 항목이 그 이야기다.
원가가 남의 가격표에 묶인다
제작사가 꼽은 어려움은 화질이 아니라 원가 쪽이다. 쓰는 도구가 대부분 해외 서비스라 업데이트, 가격 인상, 라이선스 정책 변경이 있을 때마다 제작 일정과 비용이 흔들렸다. 그래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국산 도구를 만들어 달라는 건의가 시사회 자리에서 나왔다.
anyAX 관점
제작비의 절반이 토큰값이면 이 사업의 원가는 고정비가 아니라 변동비다. 인건비는 계약하는 순간 확정되고 토큰은 만들수록 늘어난다. 좋은 쪽은 문턱이다. 5억 원을 태워야 90분이 나온다면 3분짜리 브랜드 필름을 만들려는 동네 공방이나 소규모 에이전시는 그 몇백 분의 일만 태우면 된다. 예산 승인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규모다.
나쁜 쪽은 제작사가 그대로 짚었다. 단가를 정하는 쪽이 밖에 있고 그쪽이 가격표를 고치면 이미 짜 둔 일정과 견적이 같이 흔들린다. 영상 외주를 받는 팀이라면 견적서에 토큰값 칸을 따로 두고 계약서에 인상 시 조정 조항을 넣는 쪽과, 인건비 감각으로 총액만 적어 내는 쪽이 여기서 갈린다. 후자는 도구 가격이 오르는 달에 마진을 뱉는다.
수만 개에서 1만 3000개를 고른 것도 같이 봐야 할 대목이다. 생성 단가는 계속 내려가는 중인데 고르는 시간은 그대로다. 컷을 싸게 뽑을수록 뽑히는 컷이 늘고 걸러야 할 양도 같이 는다. 광고 소재를 100개 뽑아 두고 아무도 안 고르면 100개가 그냥 폴더에 쌓인다. 값이 싸진 자리에서 병목은 자동으로 다음 칸으로 옮겨 간다.
그래서 이 사례에서 가져갈 실무 항목은 세 개다. 견적에 사용량 요금 칸을 따로 둘 것. 도구를 두세 개 병행하되 어느 장면에 어느 도구를 쓸지 미리 정해 둘 것. 그리고 뽑는 시간이 아니라 고르는 시간을 일정에 적을 것. 스틸레이가 6개월을 쓴 자리도 대부분 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