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파운데이션 모델 4팀, 8월 2차 평가
승부처가 순수 벤치마크에서 업무 대행으로 넘어갔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4개 팀이 8월 초 2차 단계평가를 치른다. 업스테이지가 Artificial Analysis tau2에서 98%로 Anthropic Fable 5(98.5%)에 근접했지만, 팀마다 내건 승부수는 언어 점수가 아니라 에이전트 실행력이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이른바 독파모에 참여한 4개 팀이 8월 초 2차 단계평가를 앞두고 있다. 앞서 이 사업은 5개 팀 체제로 2,378억 원 규모의 K-AI 모델 개발을 밀어 왔다. 이번 평가에서 눈에 띄는 건, 팀마다 내세우는 강점이 순수 언어 성능이 아니라 실제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능력으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한 해 전 이 사업이 출범할 때만 해도 목표는 명확했다. 남의 모델에 의존하지 않는 자국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는 것. 그때의 관심사는 "만들 수 있느냐"였다. 이제 2차 평가의 관심사는 "무엇을 더 잘하느냐"로 넘어왔다. 만드는 단계를 통과한 팀들이 이제 각자 다른 강점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는 게 이번 국면의 이야기다.
숫자로 보면 언어 성능은 이미 상향평준화 구간에 들어섰다. 업스테이지는 외부 독립 측정기관 Artificial Analysis의 tau2 벤치마크에서 98%를 기록했다. DeepSeek V4 Pro의 96.2%를 넘었고, Anthropic Fable 5의 98.5%에 바짝 붙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격차의 크기다. 자국어 중심으로 개발한 모델이 세계 최상위 프런티어와 0.5%p 차이까지 좁혔다면, 순수 언어 능력은 더 이상 선택을 가르는 축이 아니라는 뜻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국산 모델은 성능을 따라잡는 것 자체가 과제였다. 그 국면이 끝났다. 남은 질문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무엇에 붙이기 좋은가"로 바뀐다.
한눈에 보기
| 팀 | 내건 승부수 |
|---|---|
| 업스테이지 | tau2 98%, 프런티어 근접 성능 |
| LG AI연구원 | 현장 투입형 업무 대행 고도화 |
| SK텔레콤 | A.X K1 개선판 에이닷엑스 K2, 범용 에이전트 |
| 모티프테크놀로지스 | 외산 오픈소스 배제, 자체 아키텍처 3천억 파라미터 |
승부축이 생성에서 수행으로 옮겨갔다
몇 달 전만 해도 국산 모델의 이야기는 벤치마크 점수였다. 지금은 다르다. LG AI연구원은 기본 언어 역량을 넘어, 산업 현장과 고객사 프로젝트에 곧장 투입할 수 있는 업무 대행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전작 A.X K1을 개선한 에이닷엑스 K2로 범용 에이전트 구현을 목표로 잡았다.
이 변화는 국산 모델만의 흐름이 아니다. 장기 프로젝트 수행을 재는 벤치마크가 따로 나올 만큼, 업계 전체가 "얼마나 말을 잘하나"에서 "얼마나 일을 끝내나"로 축을 옮겼다. 순수 언어 점수는 프런티어와의 격차가 이미 0.5%p 안쪽으로 좁혀졌고, 남은 차이는 실행에서 벌어진다.
실행력을 잰다는 건 단발 질의응답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스스로 이어 목표를 끝내는 능력을 본다는 뜻이다. 도구를 부르고, 중간 결과를 확인하고, 실패하면 되짚어 고치는 루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도느냐. 이 축에서는 언어 벤치마크 만점이 곧바로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정부 사업의 2차 평가가 이 지점을 본다는 건, 국산 모델의 목표가 데모용 점수에서 현장 투입 가능성으로 이동했다는 신호다.
팀마다 다른 카드를 쥐었다
네 팀의 전략이 서로 다르다는 게 이 사업의 관전 포인트다. 업스테이지는 독립 측정에서 프런티어 근접 점수를 실물로 보여주며 성능 신뢰를 카드로 삼는다. LG는 고객사 현장 투입 실적, SK텔레콤은 범용 에이전트로 방향을 잡았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카드는 결이 다르다. 외산 오픈소스를 배제한 자체 설계 아키텍처로 3천억 파라미터급 모델을 짓는다. 후발 주자가 격차를 좁히는 방법으로 성능이 아니라 공급망 통제를 택한 셈이다.
네 갈래 전략이 한 사업 안에 공존한다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쓰는 쪽의 요구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팀은 독립 측정에서 증명된 성능이 필요하고, 어떤 팀은 자기 산업 데이터로 검증된 현장 실적이 더 중요하다. 규제 산업이나 공공 영역에서는 모델이 어떤 부품으로 만들어졌는지, 공급이 외부 정책에 흔들리지 않는지가 성능 소수점보다 앞선다. 4팀 체제는 이 서로 다른 수요에 각각 대응하는 실험이다.
2차 단계평가라는 형식도 이 다양성을 강제한다. 한 번의 점수로 승자를 가르는 대신, 단계마다 목표를 다시 재고 남은 팀이 각자의 강점을 밀어붙이게 하는 구조다. 성능 한 축으로 줄 세웠다면 이미 결판이 났을 것이다. 평가가 여러 축을 본다는 사실 자체가, 정부와 산업이 "가장 똑똑한 모델 하나"가 아니라 "쓸모가 검증된 여러 모델"을 원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anyAX 관점
AI 우선 팀이나 1인 SaaS 개발자가 국산 모델을 쳐다보는 이유는 애국심이 아니다. tau2 98%처럼 프런티어에 근접한 성능이 나오면, 그 위에 한국어 문서 처리, 데이터 국내 잔류 요건, AI 표시 의무 같은 규제 대응을 붙이기가 쉬워진다는 실익이다. 성능 격차가 0.5%p로 좁혀지면, 선택의 기준은 벤치마크 마지막 소수점이 아니라 내 서비스가 놓인 규제와 데이터 조건이 된다.
모티프의 접근은 다른 각도의 값을 준다. 외산 오픈소스를 뺀 자체 아키텍처는 성능 점수를 사 주지는 않지만, 모델 공급이 남의 정책 변경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통제권을 준다. 어제까지 쓰던 오픈웨이트가 라이선스나 접근 조건을 바꾸면 서비스가 통째로 흔들리는 시대에, 공급을 내 손에 두는 것 자체가 하나의 스펙이다.
정리하면, 국산 모델의 진짜 셀링포인트는 벤치마크 1등이 아니다. 프런티어에 충분히 가까우면서, 한국어와 규제와 데이터 주권이라는 좁은 조건에 딱 맞춘 판단을 붙이기 좋다는 점이다. 좁은 조건에 정확히 맞는 도구가 범용 최강을 이기는 자리가 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