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국민에게 AI를 공짜로 준다
B200 512장으로 5,100만명, 접수 마감은 8월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구독료 없는 전 국민 AI 서비스 사업자를 공모했다. 9월 말 베타, 연말 정식, 2028년까지 무료. 무료가 깔린 뒤에도 팔리는 게 무엇인지가 국내 1인 사업자에게 남는 질문이다.
구독료 없이 쓰는 국산 AI를 정부가 직접 깔겠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7월 13일 "AI for Everyone" 사업 공고를 냈고 사업자 접수는 8월 11일까지다. 민간 사업자 2~3곳을 뽑아 B200 512장 규모의 공동 컴퓨트를 붙여 준다. 9월 말 베타 챗봇, 연말 정식 서비스, 재원은 2028년까지 정부가 댄다.
정식 서비스에는 챗봇만 있는 게 아니다. 개인에게 해당되는 정부 지원 혜택을 먼저 찾아 알려 주는 에이전트가 들어간다. 이게 이번 사업의 실제 무게중심이다.
한눈에 보기
| 시점 | 내용 |
|---|---|
| 7월 13일 | 공고 시작 |
| 8월 11일 | 사업자 접수 마감, 2~3곳 선정 |
| 9월 말 | 베타 챗봇 공개 |
| 연말 | 정식 서비스 + 혜택 탐색 에이전트 |
| ~2028년 | 정부 재원으로 무료 유지 |
| 초기 컴퓨트 | B200 512장 공동 풀 |
512장으로 5,100만명은 안 된다
숫자를 그대로 읽어 보자. B200 512장은 대형 파운데이션 모델 하나를 학습시키기에도 빠듯한 규모다. 인구 5,100만명이 상시로 붙는 서비스의 추론을 이걸로 감당하려면 답은 정해져 있다. 무료 티어는 경량 모델로 가고 대기열과 호출 한도가 붙는다. 컨텍스트도 짧게 잘린다.
여기에 사업자 구조가 겹친다. 2~3곳이 같은 컴퓨트 풀을 나눠 쓴다는 건 한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200장 안팎이라는 뜻이다. 그 규모로 자체 모델을 새로 학습시키는 건 현실적이지 않으니 기존 국산 모델을 가져다 서비스로 감싸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이번 공모의 실제 경쟁 지점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운영이다. 얼마나 싸게 서빙하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기열을 관리하느냐.
그래서 이 사업이 없애는 건 "AI 접근" 자체이지 "좋은 AI 접근"이 아니다. 프론티어 모델을 매일 돌려야 하는 개발자나 크리에이터는 여전히 돈을 낸다. 다만 그 아래층, 그러니까 한 달에 몇 번 문서 요약하고 메일 초안 잡던 사람들은 이제 지갑을 열 이유가 사라진다.
무료가 깔리면 안 팔리게 되는 것
국내에서 지난 2년간 팔린 AI 서비스 상당수가 "모델을 대신 호출해 드립니다" 층에 있었다. 블로그 글 자동 작성, 상품 상세페이지 문구 생성, 회의록 요약. 원가는 API 호출이고 마진은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못 짠다는 사실에서 나왔다.
무료 국민 챗봇이 깔리면 그 마진이 먼저 사라진다. 정부가 광고 없이 무료로 주는 물건과 월 9,900원짜리 래퍼가 같은 일을 하면 후자는 설명할 말이 없다. 12월이 데드라인이라고 보는 게 안전하다.
다만 무료가 곧 이탈은 아니다. 정부가 만든 서비스는 응답 속도, 최신 정보 반영, 도구 연동에서 상용 제품을 따라가기 어렵다. 그래서 유료 이용자 중 실제로 빠져나가는 층은 "이걸로도 충분한데 습관 때문에 결제하던" 사람들이다. 그 층이 얼마나 두꺼운지가 국내 AI 구독 시장의 규모를 다시 정의한다.
반대로 값이 오르는 것도 있다. 에이전트가 정부 혜택을 찾아 준다는 건 행정 데이터에 손이 닿는다는 뜻이다. 그 데이터는 모델을 잘 튜닝해서 얻는 게 아니라 제도적 접근권으로 얻는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경쟁의 축이 모델 품질에서 데이터 접근권으로 옮겨 갔다는 사실이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사람
AI 네이티브 스타트업이라면 8월 11일이 일정표에 들어가야 한다. 2~3곳만 뽑는 원청 자리는 대기업 컨소시엄이 가져가겠지만 그 아래 붙는 데이터 정제, 평가셋 구축, 도메인 파인튜닝, 안전성 레드팀 같은 자리는 소규모 팀이 실제로 수주해 온 영역이다. 512장 규모의 인프라에 모델을 얹는 일은 무조건 외주가 붙는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1인 SaaS 개발자는 다른 계산을 해야 한다. 9월 말 베타가 나오면 자기 제품 기능 중 몇 개가 그 챗봇 한 번으로 대체되는지 직접 세어 보는 게 빠르다. 세 개 중 두 개가 대체되면 그건 제품이 아니라 프롬프트였다는 뜻이다.
anyAX 관점
이 사업의 진짜 메시지는 "AI가 공짜가 된다"가 아니라 "일반 능력이 공공재가 된다"다. 512장짜리 무료 티어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의 목록은 뻔하다. 짧은 요약, 번역, 문장 다듬기, 일반 상식 질의. 그 목록이 곧 앞으로 아무도 돈을 내지 않을 일의 목록이다.
남는 자리는 그 목록 바깥이다. 정부 챗봇은 동네 김밥집의 지난 3년 매출 패턴을 모르고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어떤 클라이언트에게 몇 번 수정받았는지도 모른다. 그건 공공 컴퓨트로 살 수 없는 데이터다. 팔 수 있는 건 "AI로 써 드립니다"가 아니라 "이 업종의 이 결정에 필요한 맥락을 이미 쥐고 있습니다"다.
이 구분은 마케팅 문구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제품을 뜯어보는 일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용 견적 도구를 예로 들면 문구를 다듬는 기능은 무료 챗봇과 겹치고 지난 40건의 실제 수정 횟수로 다음 견적의 버퍼를 계산해 주는 기능은 안 겹친다. 앞의 것은 남겨 두되 값을 매기지 말고 뒤의 것에 가격을 붙이는 게 맞다. 자영업 쪽도 같다. 메뉴 설명 문구는 이제 공짜지만 이 가게의 요일별 폐기율을 아는 발주 제안은 여전히 값이 나간다.
일정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낫다. 베타까지 두 달, 정식까지 다섯 달이다. 그 안에 자기 제품에서 범용 능력에 기대는 부분과 고유 데이터에 기대는 부분을 갈라 두면 12월에 조정할 게 가격뿐이다. 갈라 두지 않으면 12월에 조정할 게 사업 전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