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신호2026-07-18

GPT-5.6, 모델을 세 조각으로 쪼갰다

Sol 출력 $30 Terra $15 Luna $6

오픈AI가 GPT-5.6을 Sol·Terra·Luna 세 계층으로 나눠 출시했다. 분류나 라우팅 같은 단순 작업까지 최상위 모델에 태우던 관행에 가격표가 선을 그었다.

7월 9일 오픈AI가 GPT-5.6을 내놓으며 모델을 하나로 팔던 방식을 버렸다. 이번엔 Sol, Terra, Luna 세 계층이다. 100만 토큰 기준 입력과 출력 가격이 Sol은 $5와 $30, Terra는 $2.50과 $15, Luna는 $1과 $6이다. 같은 회사 같은 세대 모델인데 출력 단가만 놓고 보면 다섯 배 차이가 난다. 오픈AI는 Terra가 GPT-5.5와 맞먹는 성능을 내면서 가격은 절반이라고 밝혔다. 성능은 유지하고 값만 반토막 낸 등급이 중간에 끼어든 셈이다.

지금까지는 모델 하나를 고르면 그걸로 끝이었다. 이제는 같은 작업을 어느 등급에 맡길지가 매번 판단해야 할 변수로 바뀌었다. 특히 API 요청량이 많은 자동화 파이프라인일수록 이 판단 하나가 누적되면 매달 청구서 크기를 좌우한다.

한눈에 보기

모델 입력/출력(100만 토큰) 용도
Sol $5 / $30 복잡한 추론, 에이전트, 과학 계산급 작업
Terra $2.50 / $15 프로덕션 워크로드, GPT-5.5급 품질을 절반 값에
Luna $1 / $6 분류, 라우팅, 대량 처리 전용

세 조각으로 쪼갠 이유

지금까지 요약이나 분류, 문서 라우팅처럼 단순한 작업까지 최상위 모델 하나에 몰아넣는 경우가 흔했다. 모델이 하나뿐이면 고를 것도 없었으니 당연한 관행이었다. 오픈AI 발표에 따르면 Terra는 GPT-5.5와 맞먹는 성능을 절반 가격에 낸다. 같은 결과를 절반 비용으로 얻을 방법이 생기면 굳이 비싼 모델을 계속 쓸 이유가 사라진다. Luna는 아예 분류와 라우팅만 겨냥해 설계됐다. 대량으로 반복되는 판단 작업에 값싸게 쓰라는 신호다.

숫자로 따지면 차이가 더 뚜렷해진다. 매달 문의 10만 건을 분류한다고 가정하고 건당 평균 출력 500토큰을 쓴다면 총 출력량은 5천만 토큰이다. Luna로 처리하면 100만 토큰당 $6이니 월 300달러 선이다. 같은 작업을 Sol로 돌리면 100만 토큰당 $30이라 월 1,500달러가 나간다. 분류 작업 하나에만 다섯 배 차이 나는 청구서가 붙는다. 모델을 잘못 고르는 비용이 이제는 눈에 보일 만큼 커졌다.

Pro와 Enterprise 사용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라간 GPT-5.6 Sol Pro까지 고를 수 있다. 정말 복잡한 문제에만 최고 등급을 태우고 나머지는 아래 등급으로 내려보내는 구조가 요금제 단계마다 그대로 반복되는 셈이다. 결국 지금 구조는 네 겹이다. 최상위 Sol Pro, 그 아래 Sol, 중간의 Terra, 가장 가벼운 Luna 순으로 늘어서 있고 사용자는 작업 성격에 맞춰 아무 단계에서나 골라 들어갈 수 있다.

챗GPT워크와 코덱스에도 등급이 생겼다

무료 사용자와 Go 요금제는 Terra만 쓸 수 있다. Plus, Pro, Business, Enterprise는 Sol, Terra, Luna 중에서 고르고 각 모델의 추론 강도(이펙트 레벨)까지 조정한다. 같은 발표에서 풀 듀플렉스 음성 모델 GPT-Live도 함께 나왔다. 듣고 말하는 걸 동시에 처리해서 대화가 끊기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코덱스 사용자도 세 모델 중 골라 쓸 수 있어 코드 작업에서도 난이도별 라우팅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리팩토링처럼 반복 작업은 Terra로 넘기고 아키텍처를 새로 짜는 작업만 Sol로 남기는 식이다. 이펙트 레벨 조정까지 더하면 같은 모델 안에서도 추론 시간과 비용을 한 번 더 조절할 수 있다.

이런 등급제는 오픈AI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구글은 같은 달 제미나이 3.5 프로를 내놓으면서 딥 씽크 추론 모드를 월 250달러 울트라 요금제에만 묶어 뒀다. 앤트로픽도 GPT-5.6 출시에 대응해 클로드 페이블 5 무료 이용 기한을 연이어 늘리며 가격 경쟁에 맞불을 놓았다. 한쪽은 등급을 세분화하고 다른 한쪽은 무료 구간을 늘리는 식이지만 방향은 같다. 프론티어 모델 하나로 모든 작업을 처리하던 시절이 저물고 있다는 뜻이다.

세 회사가 동시에 요금 구조를 손보는 시점이 겹쳤다는 사실 자체가 신호다. 경쟁이 붙으면 보통 가격은 내려가지만 이번엔 방향이 조금 다르다. 최상위 등급 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새 기능을 얹어 올리면서 하위 등급을 새로 만들어 저변을 넓히는 쪽으로 움직였다. 최고 성능을 원하는 수요와 저비용 대량 처리를 원하는 수요를 한 상품 안에서 억지로 묶어 팔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anyAX 관점

모델이 세 조각으로 나뉘었다는 건 작업도 세 조각으로 나누라는 뜻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매일 뉴스 백 건을 훑어 그 중 서너 건만 깊게 분석한다고 치자. 백 건을 거르는 데 Sol을 쓸 이유가 없다. Luna로 먼저 거르고 진짜 분석이 필요한 서너 건에만 Sol을 태우면 같은 결과물에 청구서는 확 줄어든다. 1인 SaaS 개발자가 고객 문의를 자동 분류하면서 첫 응대 초안까지 같은 모델로 뽑고 있었다면 그 파이프라인도 다시 볼 때다. 분류는 Luna, 응대 초안은 Terra, 법률 검토가 필요한 예외 케이스만 Sol로 넘기는 식으로 나누면 월 청구서 자체가 달라진다.

물론 등급을 나누는 데도 대가는 있다. 라우팅 로직을 하나 더 짜야 하고 Luna가 잘못 분류한 건을 다시 잡아내는 예외 처리도 필요하다. 그래도 그 수고를 들일 값어치는 충분하다. 앞서 계산한 것처럼 분류 작업 하나만 놓고 봐도 월 1,200달러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여러 고객사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운영하는 AI 에이전시라면 이 차이는 고객사 수만큼 곱해진다. 라우팅 로직 하나를 짜는 데 드는 시간이 이제는 몇 달치 API 비용 절감으로 돌아온다. 모델을 하나만 골라 모든 작업에 물려 두는 방식 자체가 이제는 비효율의 신호로 읽힌다.

광고 카피를 대량으로 뽑아 파는 1인 에이전시를 예로 들어 보자. 하루에 초안 수백 개를 뽑아 그 중 고객이 실제로 채택하는 건 소수다. 초안 대량 생성은 Terra로 돌리고 고객이 최종 선택한 카피를 다듬는 마무리 작업에만 Sol을 붙이면 품질을 낮추지 않고도 비용 구조를 통째로 바꿀 수 있다. 반대로 지금처럼 모델 하나로 초안부터 마무리까지 다 처리한다면 안 써도 될 등급의 값을 매번 지불하는 셈이다. 가격표가 세분화된 지금이 이런 낭비를 점검할 타이밍이다.

등급별 가격표가 공개된 이상 이제는 청구서를 받아 보고 나서야 낭비를 깨닫는 일이 줄어들 수 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어느 등급이 필요한지 먼저 따져 보는 습관이 이번 개편의 진짜 효과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