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패턴2026-08-31

6개월에서 사흘이 모자랐다

AI가 날짜를 바꿔 놓았고 비용 1230달러가 청구됐다

호주 공정근로위원회가 AI로 서면을 쓴 해고 노동자에게 사측 변호사 비용 1230호주달러를 물렸다. AI는 해고 통보일을 잘못 잡아 최소 근속 6개월을 넘겼다고 계산했다. 위원회가 세 차례 고쳐 줬는데도 심리까지 갔다.

호주 공정근로위원회가 8월 말 부당해고 사건 하나를 닫으면서 신청인에게 사측 변호사 비용 1230호주달러를 물렸다. 마이클 이스턴 부위원장은 결정문에서 아주 드문 조치라고 적었고 이번에 든 비용을 두고 완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썼다. 사건을 여기까지 끌고 온 서면은 유료 챗봇으로 작성됐다.

한 줄 정리

AI가 만든 서면의 오류가 처음으로 당사자에게 실제 금액으로 청구됐다.

한눈에 보기

날짜만 늘어놓으면 사건이 끝난다.

날짜 무슨 일
2025-09-29 입사
2026-03-26 해고 통보. 최소 근속 6개월에서 사흘 모자람
제소 2일 뒤 위원회 사무국이 관할이 없을 수 있다고 이메일
2026-07-31 부위원장이 두 차례 서면으로 설명. 철회 권유와 비용 명령 경고
2026-08-05 심리에서 최소 근속 미달을 인정하고 철회

호주에서 규모가 큰 사용자를 상대로 부당해고를 걸려면 최소 6개월을 채워야 한다. 기준일은 해고를 통보받은 날, 곧 3월 26일이다. AI가 도운 서면은 고용이 4월까지 이어진 것으로 잡아 6개월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환각이 아니라 날짜였다

같은 위원회의 다른 사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판례가 서면에 실렸다. 법률 학습을 내세운 도구가 만들어 낸 인용이었다. 이 유형은 잡기 쉽다. 판례 번호를 검색창에 넣으면 없는 게 없다고 나온다.

이번 건은 성격이 다르다. 틀린 값은 날짜 하나였고 나머지 논리는 그 날짜 위에서 멀쩡하게 돌아갔다. 검색으로 걸리지 않고 문서를 읽어도 어색하지 않다. 기준일이 통보일인지 최종 근무일인지를 아는 사람만 잡아낼 수 있다.

되돌릴 수 없는 문서에서 위험한 쪽은 이 두 번째 유형이다. 가짜 인용은 상대방이 즉시 지적한다. 잘못 잡은 기준일은 심리 당일까지 살아남는다.

세 번의 경고가 안 읽혔다

이 사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검증 체계가 없었다는 게 아니다. 검증이 세 번 들어왔다. 제소 이틀 뒤 사무국 이메일, 심리 며칠 전 부위원장의 서면 두 통. 마지막 서면은 어려운 법률 용어 없이 평이한 문장으로 기준일이 3월 26일이라고 알려 줬고 철회하지 않으면 비용을 물 수 있다는 경고까지 담았다.

그런데도 심리가 열렸다. 신청인은 위원회와 사측이 든 판례를 이해하려고 유료 챗봇을 썼다고 언론에 밝혔다. 도구가 준 확신이 사람이 보낸 정정보다 무거웠다.

이게 남의 나라 노동 분쟁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

호주 쪽 집계로 2023-24년 대비 2024-25년 사건이 40% 늘었고, 표본으로 살펴본 사건의 40%에서 당사자가 AI를 썼다. 젊은 층과 변호사 없이 혼자 나선 쪽에 몰려 있다.

변호사 없이 혼자 나선 사람. 직원 열 명 남짓 회사에서 근로계약서를 고치고 하도급 계약을 검토하고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쓰는 사람과 같은 자리다. 사내 법무가 없으니 AI에 묻는다. 물어보는 것 자체는 합리적이다. 자문료를 아낀 게 아니라 애초에 물어볼 곳이 없다.

한국도 구조가 같다. 표준근로계약서를 고쳐 쓰는 카페 사장, 외주 계약서에 손해배상 조항을 넣는 1인 디자인 스튜디오, 개인정보 수집 동의 문안을 만드는 인디 앱 개발자. 여기서 틀리는 값도 대개 날짜와 금액이다. 수습 기간 만료일, 계약 자동 갱신 통지 기한, 부가세 포함 여부. 조항 문장은 그럴듯하게 나오고 그 안의 숫자만 조용히 틀린다.

anyAX 관점

1230호주달러는 큰돈이 아니다. 값이 나가는 쪽은 판단 기록이다. 이 사건에서 위원회는 AI를 쓴 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세 번 정정을 받고도 진행한 행동을 문제 삼았다.

그래서 팀에 걸 규칙은 AI에 법률을 묻지 말라는 금지가 아니다. 실무에서 그건 지켜지지 않고 지켜질 필요도 없다. 대신 문서 목록을 하나 만들어 두는 편이 낫다. 서명하면 끝나는 것, 기한이 지나면 못 되돌리는 것, 상대가 받는 즉시 효력이 생기는 것. 근로계약 해지 통보, 하도급 계약, 개인정보 동의 문안, 세무 신고, 분쟁 대응 서면이 여기 들어간다.

이 목록에 든 문서에서 AI 초안은 사람 검토를 대체하지 않는다. 규칙은 이 한 줄이면 충분하다. 그 대신 목록 자체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두루뭉술하게 중요한 문서라고 써 두면 급할 때 아무도 자기 문서가 거기 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가지 더. 기준일 같은 값은 사람이 직접 확인할 항목으로 따로 빼 두면 좋다. 계약일, 통보일, 만료일, 금액, 상대방 상호. 초안이 아무리 매끈해도 이 다섯 칸은 원본을 열어 눈으로 맞춰 보는 게 맞다. 이번 사건은 그 칸 하나에서 시작해 심리까지 갔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