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관점2026-09-02

EU가 잰 건 AI가 아니라 검색 기능이었다

ChatGPT가 DSA 최고 등급으로 올라갔다

EU 집행위원회가 8월 31일 ChatGPT를 초대형 온라인 검색엔진으로 지정했다. 기준은 EU 월평균 이용자 4500만 명이고 ChatGPT가 신고한 값은 1억 5910만 명이다. 2027년 1월까지 시스템적 위험을 평가하고 줄이는 의무가 붙는다.

8월 31일 EU 집행위원회가 ChatGPT를 디지털서비스법(DSA)상 초대형 온라인 검색엔진(VLOSE)으로 지정했다. 같은 날 Reddit과 Roblox는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이 됐다.

기준선은 EU 월평균 이용자 4500만 명이다. ChatGPT가 신고한 값은 약 1억 5910만 명으로 문턱의 세 배가 넘는다. 통지를 받은 서비스는 4개월 뒤인 2027년 1월까지 추가 의무를 갖춰야 하고 못 지키면 전 세계 연매출의 최대 6%가 과징금으로 매겨진다.

한 줄 정리

생성형 AI를 위한 새 칸 대신 이미 있는 검색엔진 칸에 ChatGPT를 넣으면서 라이브 웹 검색을 붙인 모든 서비스가 같은 잣대 앞에 서게 됐다.

한눈에 보기

지정일 2026년 8월 31일
등급 ChatGPT: VLOSE / Reddit·Roblox: VLOP
기준 EU 월평균 이용자 4500만 명
ChatGPT 신고치 약 1억 5910만 명
준수 기한 통지 후 4개월, 2027년 1월
과징금 상한 전 세계 연매출 6%

분류의 근거가 제품 범주가 아니었다

집행위는 ChatGPT를 "생성형 AI"라는 이름으로 새로 규정하지 않았다. 라이브 웹 검색 기능을 근거로 기존 검색엔진 등급에 넣었다. 규제를 기능 단위로 걸었다는 뜻이고 그래서 이 판정문은 한 회사 얘기로 끝나지 않는다.

Gemini도 Claude도 Perplexity도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 남은 변수는 EU 이용자 수 하나다. 문턱을 넘는 순간 같은 절차가 그대로 반복된다.

무엇을 요구받나

의무의 핵심은 서비스와 알고리즘 시스템에서 나오는 시스템적 위험을 스스로 평가하고 줄이는 일이다. 집행위가 적은 항목은 여섯 가지다. 불법 콘텐츠 유통, 미성년자에 대한 악영향, 이용자의 신체·정신적 안녕, 기본권, 선거 절차, 공공 안전.

이 목록은 지금까지 대형 SNS와 검색엔진이 받아 온 것과 같다. 다만 검색엔진의 위험이 링크 열 개를 어떤 순서로 놓느냐였다면 ChatGPT의 위험은 문장 하나를 어떻게 쓰느냐에 있다. 같은 조문을 전혀 다른 물건에 대는 첫 사례다.

우리 제품 위로 내려온다

4개월은 짧다. OpenAI가 연령 확인, 거절 범위, 출처 표기, 미성년자 대상 기본값을 이 안에 손보면 그 결과는 ChatGPT 화면에만 남지 않는다. 안전 정책과 시스템 프롬프트는 API 쪽에도 대체로 같이 반영된다.

API로 붙여 만든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확인할 자리는 셋이다. 우리 앱이 미성년 이용자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모델이 거절하는 범위가 넓어졌을 때 우리 기능 중 무엇이 먼저 멈추는지, 출력 형식이 바뀌었을 때 우리 파싱이 깨지는지.

같은 날 걸린 두 이름을 같이 보면 방향이 보인다

Reddit과 Roblox가 같은 발표에 실린 건 우연이 아니다. 하나는 사람이 쓴 글이 쌓이는 곳이고 하나는 미성년 이용자가 많은 곳이다. 지금 EU가 무엇을 세고 있는지는 이 두 이름으로 충분히 읽힌다.

ChatGPT에는 두 성격이 겹친다. 사람이 쓴 글을 실시간으로 끌어와 답을 만들고 이용자 연령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로 답한다. 링크 열 개를 순서대로 놓던 검색엔진과 달리 여기서는 답 하나가 나가고 그 답에 출처가 몇 줄 붙는다. 위험 평가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앞으로 1년간 판례처럼 쌓일 자리다.

시계도 짧다. 통지에서 4개월이면 위험 평가서를 처음부터 쓰고 완화 조치를 붙이고 외부 감사 준비까지 해야 하는 기간으로는 빠듯하다. 급하게 만든 조치는 대체로 보수적으로 나온다. 거절 범위가 넓어지고 기본값이 조여지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anyAX 관점

4500만이라는 문턱은 우리 얘기가 아니다. 우리 얘기는 그 문턱을 넘은 회사가 2027년 1월까지 손볼 것들이 곧 우리 화면에 내려온다는 쪽이다. 빌려 쓰는 층이 규제 대상이 되면 우리는 규제를 안 받고도 규제의 결과를 받는다.

그래서 지금 할 일은 EU 조문을 읽는 게 아니다. 모델을 갈아 끼울 수 있게 만들어 두는 쪽이다. 프롬프트와 평가 예시 30개를 우리 저장소에 두고 출력 형식 검증을 모델 바깥 우리 코드에 두면 공급자가 정책을 바꿔도 갈아타는 데 하루면 된다. 그게 없으면 남의 규제 일정에 우리 서비스가 멈춘다.

한 가지 더 있다. 이번 지정은 웹 검색이라는 기능 하나가 회사를 다른 규제 범주로 옮겨 놓은 사건이다. 우리 제품에 크롤링을 붙이고 이용자 콘텐츠를 열어 두고 추천을 켜는 결정은 기능 추가로만 보이지만 각각 다른 법적 칸을 딸려 온다. 한국에서 AI 기본법 시행령 논의가 진행 중인 지금, 기능 하나 붙일 때 그게 무슨 칸에 들어가는지 먼저 세어 보는 습관이 싸게 먹힌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