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동향2026-07-21

EU가 안드로이드에서 Gemini의 독점 자리를 뜯어냈다

경쟁 AI 비서에 음성 슬롯과 검색 데이터를 연다

유럽 집행위가 디지털시장법으로 Google에 두 가지를 명령했다. 안드로이드의 AI 비서 기능을 경쟁사에 동등 개방하고 Google 검색이 혼자 모으던 데이터를 FRAND 조건으로 나누라는 것이다. 인디 AI 비서의 벽이던 기본 자리가 규제로 열린다.

7월 16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Google에 디지털시장법(DMA) 이행 명령 두 건을 확정했다. 하나는 안드로이드에서 경쟁사 AI 비서가 Gemini와 동등하게 시스템 기능에 접근하도록 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Google 검색이 혼자 대규모로 모으던 데이터를 경쟁 검색·챗봇에 나누라는 것이다. 둘 다 권고가 아니라 구속력 있는 조치다.

지금 안드로이드폰에서 서드파티 AI 비서는 반쪽짜리다. "헤이 구글" 같은 음성 호출도, 앱을 가로질러 대신 행동하는 것도 Gemini에만 열려 있었다. 집행위는 이 벽을 11개 기능군에 걸쳐 허물라고 못박았다.

한눈에 보기

명령 발표 2026년 7월 16일, 구속력 있는 이행 조치 2건
안드로이드 개방 경쟁 AI 비서에 11개 기능군 동등 접근, 기한 2027년 7월
검색 데이터 공유 FRAND(공정·합리·비차별) 조건, 익명화, 시작 2027년 1월
직접 수혜 OpenAI 등 경쟁 검색·챗봇, 서드파티 비서 앱
Google 입장 프라이버시·보안 약화 우려로 반발

열리는 건 '슬롯'이다

핵심은 두 가지 접근권이다. 첫 번째는 사용자가 원하는 AI 비서를 음성으로 깨우는 활성화 슬롯이다. 두 번째는 그 비서가 다른 앱 안에서 대신 일하는 실행 권한이다. 집행위가 든 예시는 구체적이다. 택시를 부르고, 채팅 앱에서 답장 후보를 제안하고, 방금 다녀온 장소를 비서에게 물어보는 동작. 지금까지 이 기능들은 Gemini의 특권이었다.

왜 이게 크냐면 스마트폰에서 비서는 화면을 여는 순간의 기본값 싸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만든 비서라도 폰의 음성 버튼이 자기를 부르지 못하면 사용자는 존재를 잊는다. 브라우저 선택 화면이 크롬 점유율을 실제로 흔들었던 전례처럼, OS의 기본 진입점을 여는 조치는 앱스토어에 새 줄 하나 추가하는 것과 무게가 다르다.

다만 속도는 느리다. 안드로이드 개방 기한은 2027년 7월이다. 게다가 서드파티 비서의 시스템 접근에는 인증 절차와 사용자 동의가 붙는다. 문이 열려도 곧바로 아무 앱이나 음성 슬롯을 차지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검색 데이터라는 더 큰 카드

UI 슬롯보다 무거운 건 두 번째 명령이다. Google 검색만 대규모로 모을 수 있던 클릭·질의 데이터를 경쟁 검색엔진과 챗봇 제공사에 FRAND 조건으로 넘기라는 것이다. 명단에는 OpenAI가 명시됐다. 익명화를 거쳐 2027년 1월부터 시작한다.

검색 품질의 상당 부분은 모델 크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누르는가"라는 실사용 신호에서 온다. 어떤 질의에 어떤 결과가 실제로 클릭되고 만족되는지는 트래픽을 가진 쪽만 쌓을 수 있었다. 후발 주자가 아무리 좋은 모델을 붙여도 이 신호가 없으면 첫 화면부터 어색했다. 데이터를 공용재로 풀면 답변형 서비스의 콜드 스타트 문턱이 내려간다.

Google은 반발했다. Kent Walker 글로벌담당 사장은 같은 날 성명에서 이 조치가 유럽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보안 장치를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규제 대 플랫폼의 이 공방은 다른 지역 규제 당국도 지켜보는 선례가 된다.

이 조치가 남기는 선례

DMA가 플랫폼의 기본값을 건드린 게 처음은 아니다. 브라우저·검색 선택 화면은 이미 유럽에서 기본 앱의 점유율을 실제로 흔들었다. 이번엔 대상이 AI 비서와 검색 데이터라는, 다음 10년의 진입점으로 옮겨왔다. 기본 비서 자리와 실사용 데이터는 앞으로 트래픽이 모이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파장은 유럽에서 멈추지 않는다. 한국·영국·일본의 경쟁 당국은 늘 유럽의 판례를 참고 자료로 삼아 왔다. 안드로이드 비서 개방이 실제로 시장을 바꾸는지가 다른 지역 규제의 속도를 정한다. 지금 유럽용 설계를 익혀 두는 팀은 다음 개방이 어디서 열리든 재사용할 자산을 쌓는 셈이다.

anyAX 관점

음성 활성화 슬롯 하나. 안드로이드에서 AI 비서 전쟁의 승부처는 사실 그 자리였다. 지금껏 배포의 벽에 막혀 있던 좁은 도메인 비서, 가게 예약이나 세무 상담이나 코드리뷰 같은 버티컬 비서가 OS 기본 슬롯과 앱 실행권을 넘볼 여지가 처음 생겼다. 검색 데이터 공용화는 "Google만 가진 데이터" 때문에 포기했던 답변형 서비스의 진입 문턱도 낮춘다.

문제는 이 권한의 출처다. 만들어서 얻은 게 아니라 규제가 빌려준 것이다. 적용 지역은 유럽뿐이고 발효는 2027년이다. 규제로 열린 문은 소송이나 재협상으로 다시 좁아질 수 있다. 여기에 사업의 뼈대를 걸면 남의 법정 일정에 자기 로드맵을 묶는 셈이다.

그래서 실전 판단은 갈린다. 유럽 사용자를 노리는 좁은 비서를 준비한다면 2027년 창을 겨냥해 지금부터 안드로이드 통합 설계를 얹어 둘 값어치가 있다. 인증·동의 요건을 미리 읽고 대비하는 팀이 문이 열리는 날 먼저 들어간다. 반대로 배포 자체를 규제 개방에만 기대는 설계라면 위험하다. 문이 열려도 그 앞에 세울 제품과, 문이 안 열려도 살아남을 자체 유통 경로는 여전히 각자의 몫이다. 규제는 벽에 틈을 낼 뿐 제품을 대신 만들어 주지 않는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