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에 Lean 1300만 줄
에이전트를 늘린 게 아니라 그래프 한 장을 공유시켰다
Anthropic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컴퓨터가 검증하는 형태로 옮긴 결과를 공개했다. 첫 시도는 실패했고 갈린 지점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작업 상태를 담는 그래프였다.
수십 개의 에이전트를 동시에 돌려서 큰 일을 끝냈다는 이야기는 흔하다. 이번 건에서 볼 대목은 그게 처음엔 실패했다는 부분이다.
Anthropic이 9월 4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Lean으로 형식화한 결과를 공개했다. 11일, Lean 코드 1300만 줄, 중간 정리 3만 300개 증명(최종 증명에 2만 9500개 사용). 이 분야의 공용 라이브러리인 Mathlib의 5배 크기다. 출력 토큰은 약 60억 개를 썼고 모델은 Claude Fable 5.1급의 내부 범용 모델이었다.
1995년 Andrew Wiles의 첫 증명은 129쪽이었고 검증에만 수개월이 걸렸다. 1993년 발표 두 달 뒤 결함이 드러났고 Wiles가 그걸 메우는 데 1년이 더 걸렸다. 이걸 컴퓨터가 자동으로 검사할 수 있는 형태로 옮기는 작업에 수학계는 몇 년을 예상했다. 초기 단계 설계도만 86쪽이다.
한 줄 정리
11일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건 첫 시도가 왜 실패했고 두 번째가 왜 됐는지다.
처음엔 에이전트들이 협업을 못 했다
Anthropic이 밝힌 초기 실패의 원인은 모델 능력이 아니다. 에이전트들이 초반에 성과를 내다가 프로젝트 상태를 놓치고 서로 협업을 그만뒀다. 그 실패한 시도들이 최종 증명의 비보일러플레이트 코드 중 7% 정도만 남겼다.
방향을 바꾼 지점은 Prove2Me다. Columbia 대학의 Tianyi Peng 팀이 만든 공개 협업 플랫폼이고 하는 일이 셋이다.
- 정리 문장들의 방향 있는 비순환 그래프(DAG)를 유지한다. 에이전트는 이 그래프를 보고 다음에 뭘 증명할지 정한다. 컨텍스트가 길어지며 기억이 흐려지는 문제를 이걸로 막고 여럿이 동시에 붙을 수 있게 했다.
- 정리의 문장과 증명을 다른 파일로 분리한다. 둘 사이의 연결은 따로 관리한다. Lean 컴파일이 빨라지고 자원 소모가 준다.
- 정리마다 자연어 설명을 붙여 둔다. 검색과 재사용이 되니 증명 경로가 단순해진다.
사람이 넣은 수학적 입력은 가끔 던지는 고수준 지시뿐이었다. "스킴으로서의 야코비안이 우선순위가 높아 보인다" 정도의 한 줄이다.
개인 구독 세 개로 3일
같이 공개된 실험이 본편보다 실무에 가깝다. Anthropic 연구자들이 개인 Claude Max 요금제 3개만 써서 하디-리틀우드 원 방법의 응용을 형식화해 봤다. 전부 Prove2Me를 통해서만 협업했고 비노그라도프의 세 소수 정리 형식화를 3일에 끝냈다.
60억 토큰짜리 본편은 개인이 흉내 낼 수 없다. 소비자 구독 세 개짜리 실험은 다르다. 판만 제대로 깔면 큰 결과의 형식화가 일반 구독으로도 된다는 게 Anthropic의 판단이다.
검증도 짚어 둘 만하다. 완성된 증명은 Lean이 검사했고 Lean의 표준 공리 세 개만 쓴다. 별도 비교 도구로 증명한 정리의 문장이 Mathlib에 적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문장과 일치하는지도 확인했다. Kevin Buzzard가 검토했다.
새 수학이 아니라 검증이다
이 결과가 만든 게 새로운 수학은 아니다. Anthropic이 최근 낸 리만 가설 관련 작업은 새 수학을 만든 쪽이었고 이번 건은 검증 쪽이다. 이미 아는 증명을 컴퓨터가 한 줄씩 따질 수 있는 형태로 옮긴 것이다.
이게 왜 큰 일인지는 수학계의 검증 관행을 보면 나온다. 케플러 추측은 심사에 4년이 걸렸고 12명짜리 심사단이 "99% 확신"에서 멈췄다. 푸앵카레 추측은 학계가 받아들이는 데 4년과 300쪽짜리 해설 세 편이 필요했다. 약한 골드바흐 추측은 2013년 증명이 아직 심사 중이다. 틀린 결과가 몇 년간 정설로 남아 다른 이론의 토대가 된 사례도 있다.
Kevin Buzzard가 짚은 지점이 실무적이다. 자동 형식화가 지금 가능하다면 현대 수학 문헌 전체를 기계가 검사하는 방향으로 크게 다가선 것이고, 그 도구는 심사자의 부담을 덜 뿐 아니라 AI가 만들어 낸 수학을 검사하는 데 쓰인다. 지금은 그 검사를 사람이 하고 있고 비용이 크다.
anyAX 관점
이 프로젝트가 실무에 주는 교훈은 수학이 아니라 실패한 첫 시도에 있다. 같은 모델, 같은 목표, 다른 결과. 갈린 것은 작업 상태를 어디에 두느냐였다.
에이전트를 여러 개 돌려 본 팀이라면 아는 장면이다. 처음엔 잘 굴러가다가 서로 뭘 했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고, 같은 걸 두 번 하거나 아무도 안 한 구멍이 남는다. 사람을 더 붙여도 안 풀리는 종류의 문제다. Anthropic이 이걸 푼 방법은 에이전트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쪽이 아니라 무엇이 끝났고 다음에 뭐가 가능한지를 담은 판 하나를 바깥에 두고 전부 거기를 보게 한 것이다.
일반 업무로 옮기면 그 판은 정리 그래프가 아니라 작업 목록이다. 콘텐츠 팀이라면 기획·초안·검수·발행 상태를 한 곳에서 읽고 쓰는 표, 커머스라면 상품별 남은 단계다. 지금 대부분의 팀은 그걸 채팅 스레드와 각자의 머리에 나눠 갖고 있고, 그래서 에이전트를 붙이면 사람이 겪던 혼선이 더 빠른 속도로 재현된다.
순서가 이렇게 뒤집힌다. 자동화할 일을 정하는 게 먼저가 아니라 일의 상태를 한 곳에 적는 게 먼저다. 판이 없으면 에이전트 하나를 잘 돌리는 데서 멈추고, 판이 있으면 그때부터 개수를 늘리는 게 의미를 갖는다. 11일과 3일이라는 숫자는 판을 깐 다음에 나온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