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신호2026-08-18

ChatGPT가 맥에서 내가 한 일을 기억한다

스크린샷 대신 클릭 이벤트, 기억은 내 디스크에 평문 마크다운으로

OpenAI가 Chronicle을 걷어내고 Computer History를 열었다. 화면을 찍지 않고 macOS 접근성 이벤트만 모아 요약하며 결과물은 내 디스크에 마크다운으로 남는다. 암호화는 안 돼 있다.

ChatGPT 맥 데스크톱 앱에 Computer History가 들어왔다. 내가 앱과 웹을 오가며 한 일을 기억과 타임라인으로 만들어 ChatGPT와 Codex가 참조하게 하는 기능이다. 연구 프리뷰였던 Chronicle을 대체하는데 이름만 바꾼 게 아니다. Chronicle은 화면을 찍었고 Computer History는 안 찍는다.

대신 macOS 접근성 시스템이 내주는 상호작용 이벤트를 모은다. 클릭, 타이핑, 단축키, 앱 전환 같은 것들이다. 공식 문서는 스크린샷, 화면 녹화, 마이크 입력, 시스템 오디오를 캡처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시크릿 모드 브라우징은 아예 포함되지 않는다.

한눈에 보기

수집 방식 macOS 접근성 이벤트 (클릭·타이핑·단축키·앱 전환)
안 찍는 것 스크린샷, 화면 녹화, 마이크, 시스템 오디오
기본값 꺼짐. Pro·Business·Enterprise의 macOS 앱
조직 계정 관리자가 권한을 열어 준 뒤 각자 따로 켬
이벤트 파일 로컬 보관, 48시간 뒤 삭제
기억 파일 ~/.codex/memories/extensions/skysight/ 에 평문 마크다운
제외 지역 EEA, 스위스, 영국
전제 조건 Memories 기능이 켜져 있어야 함. API 키·Bedrock 불가

화면을 안 찍는다는 게 뭘 바꾸나

Recall류 기능이 반발을 산 지점은 화면을 통째로 저장한다는 데 있었다. 화면에 뜬 건 다 남으니 남의 메시지, 계좌 잔액, 열어 둔 계약서가 전부 들어간다. 이벤트만 모으면 그 면적이 줄어든다. "Chrome에서 이 탭을 열고 VS Code로 갔다가 Slack에 붙여 넣었다"는 궤적은 남지만 화면의 그림은 안 남는다.

줄어드는 대신 못 보는 것도 생긴다. 디자인 시안이나 영상 편집처럼 결과물이 화면 안에만 있는 작업은 이벤트로 재구성이 안 된다. 문서, 코드, 메시지처럼 텍스트로 흐르는 일에 잘 맞고 시각 작업에는 약하다.

수집한 이벤트는 주기적으로 임시 Codex 세션이 읽어 요약한다. 요약 과정에서 임시 이벤트 파일이 OpenAI 서버에서 처리되고 결과인 기억만 내 맥에 저장된다. 문서는 그 이벤트 파일을 처리 후 보관하지 않고 학습에 쓰지 않는다고 적었다.

기억이 마크다운 파일이라는 것

이 기능에서 가장 실무적인 대목은 저장 형태다. 생성된 기억은 Codex가 쓰는 것과 같은 평문 마크다운이고 경로는 ~/.codex/memories/extensions/skysight/ 다. 열어서 읽고 직접 고칠 수 있다. 타임라인에서 항목을 눌러 Finder로 바로 열 수도 있고 최근 10분, 1시간, 하루, 전체 단위로 지울 수 있다.

같은 성질이 위험이기도 하다. 문서가 직접 적어 뒀다. 이 파일들은 Computer History가 암호화하지 않으며 같은 macOS 사용자로 실행되는 다른 프로그램이 접근할 수 있다. 브라우저 확장, 설치해 둔 유틸리티, 어제 받은 CLI 도구가 전부 같은 자격으로 돈다.

프롬프트 인젝션 위험도 문서에 명시돼 있다. 악의적 지시가 박힌 웹페이지를 열면 그 지시가 활동 기록을 타고 들어와 ChatGPT나 Codex가 따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앱에 대해서는 상대의 사전 동의 없이 켜 두지 말라는 문장까지 있다.

규제가 기능 지도를 그린다

EEA, 스위스, 영국에서는 아직 못 쓴다. API 키나 Amazon Bedrock 경로로도 안 된다. 이 조합은 최근 패턴을 그대로 따른다. 개인 활동 데이터를 다루는 기능일수록 미국에서 먼저 열리고 유럽은 늦는다.

한국은 제외 목록에 없다. 다만 조직 계정이라면 관리자가 워크스페이스 권한을 열어야 개인이 켤 수 있다는 2단 구조가 있고, 권한을 열어 준다고 자동으로 켜지지도 않는다. 이 설계는 그 자체로 도입 속도를 늦춘다.

anyAX 관점

1인으로 일하면 화요일 오후에 뭘 했는지 아는 사람이 나뿐이다. 팀에서는 옆자리가 기억해 주고 스탠드업에서 복원되는 맥락이 혼자 일할 때는 어디에도 안 남는다. 타임라인이 반복 작업을 잡아 스킬이나 자동화로 만들자고 제안하는 흐름은 그 빈자리를 정확히 겨눈다.

그래서 켜는 순서를 뒤집는 게 낫다. 먼저 켜고 나중에 정리하는 대신 제외 목록부터 채운다. 은행 앱, 병원 포털, 고객과 주고받는 다이렉트 메시지. 문서가 권한 화면에 "이 앱만 포함"과 "이 앱 제외"를 둘 다 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다음이 백업이다. ~/.codex/memories/extensions/skysight/ 가 평문이면 Time Machine이나 클라우드 동기화에 딸려 가는 순간 그 백업이 같은 등급의 비밀이 된다. 이 경로를 백업에 넣을지 뺄지 지금 정해 두는 편이 낫다. 48시간 뒤 지워지는 건 원본 이벤트고 요약된 기억은 내가 지울 때까지 남는다.

기억이 평문 파일이라는 설계는 좋다. 내 작업 기록이 업체 서버의 불투명한 덩어리가 아니라 내 디스크의 읽을 수 있는 파일로 남는다는 뜻이니까. 다만 내 것이 됐다는 말은 지키는 일도 내 몫이 됐다는 말이다.

참고